좋은 글 · 詩

[詩]어머니 가슴이 그립습니다

晩霞(만하) 2010. 5. 8. 19:49

어머니 가슴이 그립습니다/박순기


당신의 모습
텃밭 이랑마다 땀 밴 향취로
작으락 호미 소리
허리펴지 못하고 헝겹대어 꿰맨 고쟁이
낡아 달아진 듯 살갗 드러나 보입니다

이슥하도록
가물가물한 호롱불 지칠듯한데
한 땀씩 기어낸 바느질
새벽달마저
구슬퍼 울다 가슴 삼킵니다

어머니
오월은 너무도 잔인하도록
카네이션 꽃말이
이토록 아플 줄 몰랐습니다

살아생전 왜 이 흔한
카네이션 꽃 하나 맘껏 꼽아 드리지 못했는지
해마다 오월이면
미어지는 처절한 아픔으로
당신을 안타깝도록 부둥켜안고 놓지 못합니다

아직도 이곳은
아침이면 산새 내려와 지 젖이고
앞마당 밑
냇가엔 빨래터 맑은 물
여전히 흐르는데
당신의 모습만 보이질 않습니다

나 이제 철든 모습으로
진정 사무친 그리움이 뭔지
뼈아픈 부모 마음
그 자리 버팀으로 자식 바라보니
어머니
속 울음 저절로 터져 나옵니다

어버이날
카네이션 달아 드릴
어머니 가슴
아무리 더듬어도 보이지 않고
그리움의
눈물만 뚝뚝 떨어집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