외기러기 떠나가듯 떠나보자 / 원성 스님
사랑의 향기 짙은 곳으로
어디엔가 눈 맑고 고운 소녀가 물을 건네 준다면
나는 소중한 염주를 쥐어 줘야지
바람이 등을 밀어 정처 없이 걷다 보면
늙은 소나무 드넓은 가슴으로 나를 드리워 주겠지
떠난다는 것.
알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.
희색빛 하늘이 굳은 의식을 무너뜨리고
차가운 공기가 내 안을 청명하게 하면
그것은 이미 퇴화된 심연 깊은 곳의 감성을 되살리는
생명수와도 같은 것
혼자라는 서글픔이 함께할지라도
고독이란 놈도 때론 훌륭한 도반이 되지
빈 방 한 켠 좌부 위에서
작은 봇짐을 매어 본다.
그토록 마음 속에서 고대하던 오늘 .
떠나보자........
[옮긴 글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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